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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가인 것만 알고 있었던 이타미 준의 전시를 가게 되었다. 안도 다다오는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건축가이지만, 그에 비해선 이타미 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전시를 통해 친숙하게 다가왔던 점은 많은 국내 건축물들이 그의 머릿 속에서 나온 것들이었다는 것인데, 특히 제주도와 관련해서는 유명한 포도호텔을 설계했다는 것과 최근에는 제주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 건축총괄 책임자였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 그래도 교육과 관련된 프로젝트인데 국내 건축가 중에서는 맡길 인물이 전혀 없었나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 위 프로젝트의 경우 미술관들이 굉장히 아름다운데, 이곳 비오토피아 거주자나 포도호텔 투숙객이 아니면 접근이 어렵다고 한다.
건축도 하나의 디자인이라면, 다른 어떤 디자인 분야보다도 어쩌면 가장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큰 분야일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집, 학교, 회사, 가게 등 어떤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기 마련인데, 건축은 결국 그러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환경에 쉽게 지배되는 동물이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그러한 공간과 장소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타미 준이 얘기한 건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곱씹어 볼만하다. 그는 건축은 "나와 새로운 세계를 매개하는 그 무엇"이라 설명하면서, "건축은 인간에 대한 찬가이자 자연 속에서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바치는 또 하나의 자연"이라고 했다.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쉽게 받는다면, 우리 인간이 가장 영향 받고 싶어하는 환경은 어쩌면 자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것들이 자연의 일부이자 연장선에 있는 듯 느껴진다. 게다가 그가 건축과 출신이지만 원래 그가 화가를 꿈꿨었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그가 만들어 낸 작품과 그 작품의 배경은 정말이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놓은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사람의 생명, 강인한 기원을 투영하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태어날 수 없다.
사람의 온기, 생명을 작품 밑바탕에 두는 일,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 에센스를
어떻게 감지하고 앞으로 만들어질 건축물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
- 이타미 준, 'Architecture and Urbanism' 中
많은 작품들의 도면과 모형을 보면서, 그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데뷔작이었다. 1971년 지은 그의 첫 건축물은 바로 어머니의 집. 31살에 건축사무소를 개설하고서 처음 그에게 건축물을 의뢰한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건축가에게 데뷔작은 예술가로서의 이정표"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이 데뷔작으로 인정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건축가 자신이 가족의 집을 짓는 순간이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정표임에 틀림없으리라.
어머니의 집 모형. 사진출처 : http://webzineold.arko.or.kr/?MID=boardInfo&IDX=6&IDX2=1108
순간 건축가인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마도 아버지는 남은 여생을 보낼 집을 곧 지으시게 될 것이고, 그 집은 몇 년 전부터 정착하신 제주도에 지어지게 된다. 본인이 살게 될 집을 짓는 건축가의 마음은 어떠할까. 멀리 떠난 아들들, 그리고 훗날 가족이 될 며느리와 손주들이 늘 오고 싶은, 찾아왔을 때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한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진 않을까. 혹은 아내와 둘만 있는 허전함을 채울 그런 공간이 될까. 위엄있는 엄청나고 대단한 건축물을 지어냈다는 것으로 되는 것인가, 결국 위대한 건축가란 어떠한 의미의 공간을 남겨 오래토록 그 의미가 살살아숨쉬는 곳이 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하고 구현해 낸 사람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뒤늦게 알게 된 이타미 준의 타계 소식은 안타깝기만 하다. _準
ps.
위 사진과 인용글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이타미 준의 '바람의 조형'
이타미 준 좀 더 자세히 알기 : http://www.ok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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