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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내가 처음으로 나만의 카메라로 사용했던 것은 펜탁스 모델이었다. 당시, 다른 모델을 한참이나 고르고 골라 알아보고서 직접 모델을 보기 위해 매장을 갔었다. 매장의 직원은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고 나서 내게 맞는 다른 모델을 권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직원이 속인 것이 아닌 정말 제대로 된 추천이어서 비록 똑딱이었지만 그 카메라를 오랫동안 잘 사용했었다. 7~8년 전의 일이다. 세월이 흘러 이젠 누구나 카메라를 쉽게 꺼내들어 사용을 한다. 바로 핸드폰 카메라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아니 이젠 스마트폰 카메라라고 해야겠다. 최근 출시 된 LG G3 모델은 카메라 기술 하나 때문에 사고 싶을 정도로, 점차 스마트폰의 카메라들은 굳이 카메라를 별도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의 발달 때문에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게 된 것은 분명 아니다. 여전히 일반 카메라의 결과물은 스마트폰의 그것보다는 우월함이 당연하다. 아마도 카메라를 별도로 들고 다닐 필요없이 늘 들고 다니며 찍기에 순간 포착이 용이하고, 여러가지 앱들로 보정도 편리하고, 게다가 통신이 기반되어 있으니 언제든 쉽게 타인과 공유하기가 쉬운 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아무튼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난 이후로는 카메라가 더 이상 없다. 동영상 촬영도 아이폰으로 다 해결하고 음질을 더 좋게 하기 위해 별도 마이크를 두 개(일반용/음악용)나 따로 구매했을 정도다.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서, 중고서점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에 있는 호숫가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가고 있었는데, 아주 우연히 보도블럭을 유유히 지나가던 달팽이를 만났다. 얼핏 보면 얘가 달팽이인지 모를 것도 같고, 게다가 잘못했으면 내가 걷던 방향을 건너고 계셔서, 자칫 참사(?)가 일어났을 수도 있었는데... 아무튼 난 발견했다. 그리고 사진을 남겨 페이스북에 짤막한 글과 함께 올렸다. 뭐, 내가 사진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방법도 아니지만, 나는 이 달팽이 사진을 찍던 것을 통해 나의 사진찍는 법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첫 번째는 바로 좋은 장면을 남기고 싶거나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들어야 한다. 사진이라는 것은 순간의 예술이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나만의 역사적 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도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추억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그러한 욕망과 애정이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취미로 가져 본 적은 없다. 사진기가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날이나 뭔가 사진으로 남겨야할 의무처럼 느껴지는 때(여행 등)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셀카 같은 것은 정말 질색인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진을 처음으로 취미로 삼아 나름 조금씩 공부하게 된 것은, 바로 제주도에 내려가 살게 되면서부터였다. 집 근처에서 산책을 도는 것만으로 마치 어딘가 멀리 여행온 듯한 기분. 그런 기분을 갖게 만드는 경관들을 담고 싶고, 또 육지에 사는 (제주도 말로 육지라는 표현을 쓴다) 많은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감정은 저절로 카메라를 손에 들게 만들었다. (조금 더 성능이 좋은 두 번째 카메라를 사게 된 계기)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사진기도 사진찍는 기술도 아닌 피사체에 있다. 허나 결국 중요한 것은 그 피사체를 본 순간을 남기고 싶고 보여주다고 하는 강한 동기에 있다고 본다. 내가 찍는 대부분의 사진이 그런 애정과 욕망에서 나온다.
두 번째는 그 순간을 촬영하는 촬영자의 마음이다. 처음에 죽은 것처럼 보이던 이것이 아주 꼬물꼬물 기어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내 요즘의 기분에 딱 들어맞는 노래와 가삿말이기도 한 패닉의 '달팽이'를 곧 바로 떠올렸다. (뭐 많은 이들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런 요즘의 심정에, 때마침 적절히 제대로 등장(?)해 주신 달팽이, 그리고 오후의 시간대와 차들이 오가는 길가라는 배경... 이 모두가 마치 그림처럼 하나로 어우러져 맞아 떨어질 때 하나의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국 그것들을 한꺼번에 담아내는 내 마음 상태가 바로 사진에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세 번째는 바로 주변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이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거나, 차 안에 앉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주변을 볼 수 있는 창을 닫는 셈이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선행해야 할 것은 당연히 관찰이다. 가끔은 책에서, 모니터에서, 핸드폰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주변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 지, 무엇이 있는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재미난 것들이 의외로 많으니까. 아마 버스가 언제 오는 지 보려고 버스앱을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면 달팽이는 커녕 지나가는 강아지도 발견 못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찍는 순간의 내가 어떤 자세로 찍느냐다. 물론 달팽이의 경우 매우 작고 게다가 길바닥에 붙어있었으므로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스마트폰을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해서 찍어야만 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 않으면 위와 같은 사진 찍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평소에도 허리춤의 높이에서나 혹은 반대로 내가 높은 곳에서 찍는 등의 다른 자세를 연출하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여 보면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피사체를 어떤 구도에 놓느냐와 그리고 피사체에 초점을 제대로 부여할 수 있느냐다. 처음 한 방만 딱 찍고 그냥 가버렸다면 나는 이런 사진 하나만 얻었을 것이다.
물론 이 자체만으로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아이폰이 점점 세대를 거듭할수록 아웃포커싱 효과를 저절로 주기도 해서 이런 근접 촬영시에 배경이 흐릿해지는 효과를 쉽게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달팽이의 방향은 약간은 경사진 듯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달팽이의 옆모습을 더 나오게 그리고 길의 방향과 크로스 되는 느낌을 더 주면서 그리고 사진을 9등분 했을 때 맨 오른쪽 아래에 두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찍은 위 사진은 조금 더 길의 모습이 잡혔으나, 달팽이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위 사진은 그렇게 1분 정도 걸려서 11장의 사진을 찍은 것 중 최종으로 선택된 사진이다. 구도도 내 마음에 들었고 인도를 가로질러 여기를 벗어나야 하는 듯한 느낌을 은연 중에 주는 듯이 보이는 사진이 나왔다. 여기서 사진을 최종적으로 찍은 것으로 끝낸다면 스마트폰으로 찍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기 앱이 넘쳐나듯 요즘은 사진 보정 앱도 넘쳐난다. 적절한 보정을 한다면 사진의 느낌이 좀 더 새로울 수 있다. 사실 위 사진은 PictureEffect라는 앱으로 sharpening을 조금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폰 사진 편집 기능을 택해서 '따뜻함'이라는 필터효과를 한 번 더 주었다. 그렇게 최종 보정을 마치고 올린 결과물이 바로 아래와 같다. 이것이 내가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는 방법이자, 바로 내 생활의 한 부분이다. _準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집 근처 까페에서
스티커 다 모은 쿠폰 내밀고
차가운 커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 석촌호숫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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